가상자산 투자 소득 과세, 지금 시행해야 할까?
세 차례 연기 끝에 2027년으로 미뤄진 가상자산 과세, 지금 당장 시행해야 하는가를 두고 형평성과 시장 충격 사이 논쟁이 계속된다.
배경
찬성 vs 반대
👍 찬성: 세제 형평성과 시장 제도화를 위해 지금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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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세 형평성 — 근로·주식 소득 과세와의 형평
현행 세법에서 근로소득·이자소득·배당소득은 물론, 부동산 양도차익도 엄격히 과세된다. 주식 양도소득의 경우 대주주 기준을 충족하면 이미 과세 대상이며, 해외주식 양도차익은 250만 원 초과분에 22%를 부과하고 있다. 반면 가상자산에서 수억 원의 차익을 실현해도 현재는 납세 의무가 전혀 없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가상자산 비과세는 동일한 투자 성격의 금융소득에 비해 명백한 역진적 특혜로, 납세 자원이 풍부한 고소득 투자자일수록 상대적으로 더 큰 혜택을 누리는 구조다. 과세 연기를 거듭할수록 형평 훼손이 누적되며, 이는 세제 전체의 신뢰성을 저하시킨다는 점에서 더 이상의 지연은 정당화되기 어렵다.
출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2023 -
2. 주요국은 이미 시행 중 — 글로벌 스탠더드 합류 필요
미국 IRS는 2014년부터 가상자산을 재산(property)으로 분류해 자본이득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단기(1년 이하) 보유분에는 일반소득세율(최대 37%), 장기 보유분에는 0~20%를 적용한다. 일본은 2017년부터 가상자산 이익을 잡소득으로 분류해 최대 55%까지 과세한다. 독일은 1년 이상 보유 시 비과세 혜택을 주되, 1년 미만 보유 양도차익에는 개인 소득세율을 적용한다. OECD는 2023년 채택한 가상자산 보고체계(CARF)를 통해 2027년부터 회원국 간 가상자산 계좌 정보를 자동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이 계속 과세를 미루면 CARF 체계 안에서 정보는 공유되지만 과세는 이루어지지 않는 불합리가 발생하며, 조세 피난처로 분류될 위험도 있다.
출처: OECD CARF 2023, IRS Notice 2014-21 -
3. 과세가 오히려 시장 신뢰를 높여 장기 발전에 기여
가상자산이 제도권 세금 체계 안에 편입될수록 기관 투자자의 시장 참여 장벽이 낮아진다는 분석이 있다.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2024년 SEC 승인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는 명확한 과세 체계가 자산 분류의 법적 근거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금융위원회가 2025년 발표한 가상자산 시장 발전 방향에서도 '규제 명확성'을 기관 진입의 선결 조건으로 명시했으며, 과세 체계 확립은 그 일부다. 또한 금융정보분석원(KoFIU) 데이터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 업체 수는 2023년 이후 증가세이며, 이는 제도화 흐름이 시장을 위축시키기보다 오히려 확장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함을 시사한다.
출처: 금융위원회 가상자산 시장 발전 방향 2025, 금융정보분석원(KoFIU)
👎 반대: 과세 인프라와 제도 정비 없이 서두르면 시장만 망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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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과세 인프라 미비 — 취득가액 산정부터 불명확
가상자산 과세의 기술적 난점은 취득가액 산정이다. 동일 코인을 여러 거래소에서 수십 회 분할 매수하고 지갑 간 이전을 반복한 경우, 각각의 취득원가를 정확히 추적하는 것은 현행 거래소 시스템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세청이 2023년 발간한 '가상자산 과세 준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원화거래소 5곳 중 취득가액 자동 산정 시스템을 완비한 곳은 2곳에 불과했다. 탈중앙화 거래소(DEX)나 개인 지갑을 통한 거래는 추적 자체가 어려워 형평한 과세가 불가능하다. 해외 거래소 이용 거래의 경우에도 납세자 자진 신고에 의존해야 하므로, 제대로 된 인프라 없이 시행하면 성실 납세자만 손해를 보는 역설이 생긴다.
출처: 국세청 가상자산 과세 준비 현황 2023 -
2. 해외 거래소·자금 이탈 — 오히려 과세 기반이 축소될 위험
2021년 한국이 가상자산 과세 방침을 처음 발표했을 때, 국내 거래소 거래량은 단기적으로 감소하고 바이낸스 등 해외 거래소의 한국 이용자 수가 증가했다는 업계 통계가 있다. 가상자산은 주식과 달리 국경 없이 이동이 자유롭고 개인 지갑에 보관하면 거래소 추적이 불가능하다. 한국블록체인협회의 2024년 회원사 설문에서 응답 업체의 68%가 '과세 시행 시 투자자 일부가 해외 거래소로 이동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과세 수입 자체가 기대보다 훨씬 낮아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2023년 기준 국내 추정 가상자산 과세 대상 양도차익은 정부 전망 대비 실제 징수 가능 규모가 30~40%에 그칠 것이라는 조세연구원 내부 시뮬레이션도 알려진 바 있다.
출처: 한국블록체인협회 2024, 한국조세재정연구원 -
3. 경기 위축과 투자 심리 악화 — 타이밍의 문제
2024~2025년 글로벌 긴축 사이클과 국내 부동산 침체가 맞물리면서 가상자산은 개인 투자자들의 주요 투자 수단이 됐다. 한국은행 2024년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가상자산 투자자 중 30대 이하 비중이 60%를 넘으며, 이들은 주식·부동산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계층이다. 경기 회복이 미진한 시점에 과세를 강행하면 청년층 자산 형성 경로를 좁히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결정(2024년)과의 정책 일관성 문제도 있다. 주식 양도소득 과세는 포기하면서 가상자산만 과세하는 것은 오히려 특정 자산에 대한 차별적 규제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우며, 시장 참여자들의 불신을 키울 수 있다.
출처: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2024
교차 반론
인프라 미비를 이유로 계속 연기하면 인프라는 언제 갖춰지는가. 과세 시행 자체가 거래소들이 취득가액 산정 시스템을 구축할 유인을 만든다. 일본도 2017년 과세 시행 초기에는 인프라가 완벽하지 않았지만, 시행 후 수년간 거래소와 국세청이 협력하면서 시스템을 정비했다. 한국 역시 2022년 시행 예정이었던 2년 전부터 국세청이 거래소 연계 시스템을 개발해왔다. '완벽한 준비 후 시행'을 기다리면 영구히 시행하지 못한다. 부과 기준을 단순화(이동평균법 단일 적용)하고 해외 거래소 거래는 자진신고 체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실용적 절충이 가능하며, 이는 조세법학회에서도 제안된 방안이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이유로 서두른다는 논리는 각국의 맥락을 무시한다. 미국은 자국 거래소(코인베이스 등)가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이탈 위험이 낮지만, 한국 투자자들은 이미 바이낸스·OKX 등 해외 플랫폼을 병행 사용한다. 일본 사례에서도 55% 최고세율 적용 이후 고소득 투자자의 싱가포르·UAE 이주가 현실화됐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또한 OECD CARF는 2027년부터 적용이며, 한국이 그 시점에 맞춰 과세를 시행해도 국제 의무를 충족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지금 당장 시행하지 않아도 글로벌 체계에서 이탈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시급성 논거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
해외 자금 이탈 우려는 과대평가됐다는 반론이 있다. 국내 원화거래소를 통하지 않으면 원화 출금이 불가능하고, 해외 거래소는 실명확인·자금세탁방지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2023년 이후 바이낸스가 한국 이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한하는 등 해외 거래소 이용의 장벽도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금투세 폐지와의 형평성 문제는 오히려 주식에도 동일하게 과세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해결해야 하며, 둘 다 비과세로 방치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경기 상황을 이유로 한 과세 연기는 논리적으로 무한히 반복될 수 있는 탈출구로, 원칙적 세제 설계를 포기하는 선례가 될 우려가 있다.
핵심 쟁점
과세 형평성과 제도 완성도, 어느 것을 먼저 충족해야 가상자산 과세가 정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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