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 왕릉 옆 아파트 6800가구, 개발해야 할까?
유네스코 세계유산 태릉선수촌 부지에 6800가구 공공주택 개발을 놓고 주택공급과 문화유산 보호가 충돌하고 있다.
배경
찬성 vs 반대
👍 찬성: 도심 주택난 해소와 유휴 국유지 활용이 더 시급하다
-
1. 서울 도심 주택 공급 위기 해소
서울은 수도권 주택 가격 폭등의 진원지로, KB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는 2020~2023년 사이 30% 이상 상승했다. 정부 2·4 대책은 도심 공공택지 발굴을 통해 전국 83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었으며, 태릉선수촌 부지 6,800가구는 노원구 동북권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공공주택 공급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해당 부지가 지하철 6호선·1호선 인접이라는 우수한 교통 접근성을 갖춘 도심 최적 입지라고 밝혔으며, 공공분양·임대 혼합 방식으로 공급하면 중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요가 집중된 도심에 공급이 늘어야 외곽 지역으로의 인구 분산 압력도 줄어든다는 점에서 도시 전체의 주거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출처: 국토교통부 2·4 주택공급대책 발표자료 2021, KB부동산 주택가격동향 2023 -
2. 유휴 국유지의 효율적 활용
태릉선수촌 부지(약 54만㎡)는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완공 이후 핵심 훈련 기능이 사실상 이전되어 국유지로 방치되는 상황이다. 감사원은 비활용 국유지를 주택공급에 활용하는 것이 재정 효율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국유지를 민간에 매각하거나 장기 방치하는 것보다 공공주택을 건설해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할 경우 주거 취약 계층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간다. LH는 태릉 부지를 활용할 경우 SH(서울주택도시공사)와 협력해 시세 대비 60~70% 수준의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으며, 공공이 토지와 건설을 모두 보유하는 구조는 민간 개발 대비 투기 차단 효과도 크다.
출처: 감사원 국유재산 활용 감사보고서 2022, LH 태릉선수촌 부지 사업검토 자료 -
3. 세계유산 지위와 개발의 공존 가능성
문화재 전문가 일부는 태릉 능역 핵심 구역이 아닌 선수촌 훈련 부지는 1960년대부터 이미 대규모 인공시설물이 들어서 있어 역사적 경관이 수십 년 전부터 변형된 상태라고 지적한다. 세계유산 등재 취소까지는 실제로 상당한 협의 절차가 소요되며, 한국 정부가 유네스코와 협력해 완충구역 조정 신청, 저층부 배치, 녹지 완충대 조성 등 경관 완화 설계를 적용한다면 등재 지위를 유지하면서 개발을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로 일부 국가에서는 세계유산 인근에 현대 건축을 조화롭게 설계해 유네스코와의 갈등을 최소화한 사례들이 있으며, 조선왕릉 40기 가운데 하나인 태릉 인근 개발만으로 전체 등재 취소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도 전문가 집단 내에 존재한다.
출처: 유네스코 세계유산 운영지침(Operational Guidelines) 2023, 문화재청 태릉 보존관리 자문 회의록 2022
👎 반대: 세계유산 훼손과 역사 경관 파괴는 돌이킬 수 없다
-
1.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취소의 현실적 위험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조선왕릉 완충구역 내 대규모 개발 계획에 대해 공식 우려 서한을 한국 정부에 발송했다. 세계유산 협약에 따르면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훼손하는 개발이 진행될 경우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 오른 뒤 최종 등재 취소로 이어질 수 있다. 독일 드레스덴 엘베계곡은 2009년 현대식 교량 건설을 이유로, 오만 아라비아오릭스 보호구역은 2007년 보호구역 면적 축소를 이유로 세계유산 지위를 박탈당한 선례가 있다. 만약 조선왕릉 40기 전체가 세계유산에서 제외될 경우 문화 외교적 손실, 관광 수요 감소, 국가 브랜드 훼손 등의 경제·사회적 타격이 6,800가구 주택 공급으로 얻는 편익을 훨씬 상회할 수 있다.
출처: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한국 정부 서한 2022,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취소 사례 연구 보고서 2020 -
2. 역사문화 경관의 비가역적 파괴
국가유산청(구 문화재청)은 태릉 일대를 역사문화환경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있으며, 왕릉 주변 반경 500m 이내 고층 건축물 건립은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조선왕릉은 풍수지리에 따른 배산임수 입지와 능선, 연못, 정자각 등이 포함된 전체 경관이 하나의 보호 대상이다. 6,800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건설되면 능역에서 바라보는 스카이라인이 영구적으로 변형되며, 이는 어떤 방식으로도 복원이 불가능한 비가역적 훼손이다. 문화유산 전문가들은 경관 완화 설계로는 20층 이상 아파트의 시각적 위압감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없으며, 한번 훼손된 세계유산 완충경관은 후손 세대가 영원히 돌려받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출처: 국가유산청 태릉·강릉 역사문화환경 보호구역 고시, 조선왕릉 관리재단 보존 의견서 2022 -
3. 세계유산을 희생하지 않는 대체 공급 방안 존재
반대론자들은 태릉 부지 개발 없이도 서울 도심 주택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대안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서울시 분석에 따르면 강남·마포·용산 등 역세권 저이용 토지와 노후 저밀도 주거지 정비를 통해 수만 가구 공급이 가능하며, 국토부 3기 신도시(고양 창릉, 부천 대장, 하남 교산 등)를 통해 수십만 가구가 이미 공급 예정이다. 주거권 확보가 중요하다면 세계유산을 희생하지 않는 모든 방법을 먼저 소진해야 한다는 것이 반대 측의 핵심 논리이며, 문화재 보호 원칙은 경제적 필요보다 우선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통념이다. 세계유산을 주택 공급을 위해 훼손하는 것은 미래 세대의 문화적 권리를 현세대가 일방적으로 박탈하는 행위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출처: 서울시 2025 주택공급 로드맵, 국토교통부 3기 신도시 공급 계획 2023
교차 반론
세계유산 등재 취소 위험이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반론이 있다. 독일·오만 사례는 핵심구역을 직접 훼손한 경우였지만, 태릉 개발은 능역 핵심구역과 물리적 거리가 있는 선수촌 훈련 부지의 재개발이다. 유네스코와의 사전 협의를 통해 완충구역 조정 신청, 저층부 배치, 녹지 완충대, 경관 심의를 적용하면 세계유산 지위를 유지하면서 개발을 진행한 해외 사례도 존재한다. 또한 조선왕릉 40기가 일괄 등재된 구조상, 태릉 인근의 부분적 개발만으로 전체 40기의 등재가 취소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으며, 유네스코의 서한은 최종 결정이 아닌 '우려 표명' 단계임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태릉선수촌 부지가 이미 훼손된 곳이라는 주장은 '한번 훼손된 곳은 더 훼손해도 된다'는 논리로, 문화재 보호의 근본 원칙에 위배된다. 선수촌은 1960년대 국가 체육 인프라 확충이라는 특수 목적으로 한시적으로 설치된 시설이며, 현재 이전이 완료된 이상 원상 복구와 생태 복원을 통해 세계유산 완충구역 본래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마땅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선수촌 철거 후 생태공원화가 장기적으로 태릉 세계유산의 보전 가치를 높이고 관광 자원으로서 더 큰 경제적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는 6,800가구 주택 공급보다 훨씬 지속 가능한 공공 가치 창출 방안이라는 견해다.
대체 공급 방안이 충분하다는 주장은 현실성이 부족하다. 3기 신도시는 서울 외곽에 위치해 도심 직주근접 수요를 해소하기 어렵고, 역세권 고밀 개발은 주민 반발과 인프라 과부하로 계획 대비 공급 실적이 크게 미달하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노원구 동북권은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주택 공급이 가장 부족한 지역 중 하나이며, 태릉선수촌 부지는 지하철 접근성이 우수하고 주변 인프라가 이미 갖춰진 희소한 도심 공급처다. 세계유산 보호라는 가치를 부정하지 않더라도, 현실의 주거 취약 계층이 겪는 고통을 대안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무기한 미룰 수는 없다는 점에서 두 가치 사이의 실질적 균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핵심 쟁점
결국, 세계유산 보호라는 공적 가치와 주거권 보장이라는 사회적 요구 사이에서 어떤 선택이 옳은가?
관련 토론
이륜차 불법주정차, 승용차급 과태료 부과해야 할까?
배달 오토바이 등 이륜차 불법 주정차가 급증하면서 승용차와 같은 과태료를 물려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미프진(유산유도제) 합법화, 허용해야 할까?
이재명 대통령의 도입 지시로 재점화된 미프진 합법화 논쟁, 안전성과 접근권 사이 쟁점을 짚는다
서울 시내버스 기사 라디오 청취, 전면 금지해야 할까?
승객 불편·안전 우려와 법적 근거 부재·직업 자유 침해 우려가 맞선 시내버스 라디오 금지 논란
당신의 생각은?
리액션
공유
뉴스레터
매일 아침, 오늘의 논쟁을 받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