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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026. 06. 08.

전세 제도,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할까?

수십 년간 한국 주거 문화의 핵심이었던 전세 제도, 사기·역전세 위험 속에 단계적 폐지로 선진형 임대차 체계를 구축해야 할까?

배경

전세 제도는 1960~70년대 한국의 급격한 도시화와 심각한 주택 부족 시기에 자생적으로 발전한 독특한 임대차 방식이다. 세입자가 집값의 50~80%에 달하는 목돈을 보증금으로 맡기고 월세 없이 거주하며, 계약 만료 시 전액 반환받는 구조다. 집주인은 이 보증금을 금융 레버리지로 활용해 수익을 얻는다. 2010년 전체 임차가구 중 전세 비율은 약 55%였으나 2022년에는 34.5%로 지속 하락하며 월세로의 전환이 가속화됐다. 금리 상승이 이 흐름을 이끌었다. 2022~2023년에는 인천·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른바 '빌라왕' 전세 사기 사건이 연이어 발생해 수만 명의 세입자가 평균 1억~2억 원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가 속출했고, 피해 금액은 수조 원으로 추산됐다. 동시에 집값 하락과 금리 상승으로 '역전세(집값이 전세 보증금보다 낮아지는 현상)' 위험이 높아지면서 구조적 취약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정부는 전세사기피해자보호법(2023)을 제정하고 전세보증보험 가입 강화 등 보완책을 내놓았으나,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과 유사한 전세 방식을 운용하는 국가가 사실상 없다는 점에서 제도의 근본적 전환 여부를 놓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찬성 vs 반대

👍 찬성: 구조적 위험을 제거하고 선진형 임대차 시장으로 전환해야 한다

  1. 1. 전세 사기·역전세 위험은 제도 자체의 구조적 결함이다

    국토교통부 전세사기피해지원단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전세 사기 피해 신고 건수는 전국 2만 건을 넘었고, 피해 금액은 3조 원 이상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은 2023년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전세보증금 총액이 GDP 대비 30%를 초과하는 수준으로, 금리·집값 변동 시 금융 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세는 임대인의 자산 상태가 악화될 경우 세입자가 보증금 전액을 손실할 수 있는 구조를 본질적으로 내포하며, 보증보험이나 등기 공시로도 이 위험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다. 이는 단순한 운용 오류가 아니라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거액을 무담보로 맡기는' 제도 설계 자체의 결함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있다.

    출처: 국토교통부 전세사기피해지원단 2023,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2023
  2. 2. OECD 선진국 어디도 전세 방식을 채택하지 않는다

    OECD 38개 회원국 중 한국과 유사한 전세 방식의 임대차 제도를 운용하는 국가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독일은 임대료 상승을 연 2% 이내로 제한하는 '미에트브레메(Mietbremse)' 제도와 함께 장기 월세 계약을 통해 세입자 보호를 실현한다. 영국·프랑스·일본도 월세 중심 임대차 시장에서 임대료 규제와 주거 급여로 저소득층을 지원한다. KDI 임대차시장 제도 비교 연구(2023)는 전세가 집주인의 다주택 보유와 레버리지 투자를 용이하게 해 주택 투기 수요를 구조적으로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월세 중심의 투명한 임대차 시장으로 전환함으로써 집주인-세입자 간 정보 비대칭과 위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

    출처: OECD Housing Market Report 2024, KDI 임대차시장 제도 비교 연구 2023
  3. 3. 전세 비율은 이미 자연 감소 중—명확한 로드맵으로 연착륙해야 한다

    통계청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임차가구 중 전세 비율은 2010년 55.5%에서 2022년 34.5%로 지속 하락하고 있다. 금리 상승기에는 집주인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화돼 전세 공급 자체가 줄어드는 구조적 변화가 진행 중이다. 정부가 명확한 전환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으면 무질서한 시장 전환으로 세입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 반면 주거복지연구원(2023)은 10~15년의 전환 기간을 두고 신규 계약부터 월세 중심으로 유도하면서 임대료 보조, 공공임대 확충, 세제 지원을 병행하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며 선진형 임대차 시장으로 연착륙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출처: 통계청 주거실태조사 2022, 주거복지연구원 임대차제도 전환 연구 2023

👎 반대: 서민 주거 안전망을 대체할 수단 없이 폐지하면 부작용이 더 크다

  1. 1.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면 서민 주거비가 급등한다

    한국은행 연구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세금 4~5억 원을 월세 전환율(연 4~5%)로 환산하면 월 160~210만 원의 월세가 산출된다. 국토연구원 주거실태분석(2022)에서 전세 거주 가구의 월 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RIR)은 약 15%였던 반면, 같은 조건의 월세 거주 가구는 약 28%로 약 2배 높았다. 현재 한국의 주거급여 수급 기준과 지급 수준은 실제 시장 임대료와 격차가 크고, 공공임대주택 재고율도 OECD 평균에 훨씬 못 미친다. 적절한 임대료 보조·공공임대 확충 없이 전세만 폐지하면 청년·저소득층의 주거비 부담이 구조적으로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출처: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2023, 국토연구원 주거실태분석 2022
  2. 2. 전세는 중산층과 청년의 유일한 자산형성 사다리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2023)에 따르면 전세 거주 가구의 순자산 중앙값은 월세 거주 가구보다 평균 약 1.5배 높다. 전세금은 세입자가 사실상 저리로 대규모 자금을 장기 운용할 수 있는 수단으로 기능한다. 금융자산이 부족한 청년층에게는 전세금 마련을 통해 주택 구입 자금을 축적하는 경로가 현실적인 자산 형성 방식이다. KDI 주거불평등 연구(2022)는 전세 경험 가구가 이후 자가 전환 비율이 월세 경험 가구보다 유의미하게 높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 사다리를 없애면서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소득 하위 계층의 자산 형성이 더욱 어려워지고 임대차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된다.

    출처: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2023, KDI 주거불평등 연구 2022
  3. 3. 900조 원 규모 보증금의 질서 있는 해소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한국부동산원 추산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전세 보증금 총액은 약 900조 원을 초과한다. 단계적 폐지라 해도 기존 계약 종료 시 집주인이 보증금을 반환하고 월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자금 이동이 발생한다. 많은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다른 자산에 운용하고 있어 일시 반환이 어려우며, 이 경우 보증금 반환 대란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한국금융연구원(2023)은 임대 소득 과세 강화와 공공임대 확충 없이 전세만 폐지할 경우 임대 공급 자체가 감소해 오히려 전·월세 가격이 동반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충분한 제도적 토대 없이 추진되는 전세 폐지는 주거 불안을 심화시킬 수 있다.

    출처: 한국부동산원 임대차시장 통계 2023, 한국금융연구원 임대시장 구조 분석 2023

교차 반론

👍 찬성 👎 반대 반박

월세 전환 시 주거비가 급등한다는 우려는 현행 임대료 보조 체계가 미비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는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전세 폐지는 주거급여 확대·임대료 상한제·공공임대 확충을 함께 추진하는 패키지 정책이어야 한다는 것이 폐지론의 핵심이다. 독일은 임대료 상승을 연 2%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와 소득 연동 주거 보조를 통해 월세 시장에서도 세입자를 보호하고 있다. KDI 연구(2023)는 임대료 상한제와 장기 임대차 의무화를 병행하면 전세 폐지 이후에도 서민 주거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폐지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적절한 이행 보완책 설계의 문제'로 접근해야 하며, 보완책이 어렵다는 이유로 구조적 위험을 내포한 제도를 영속시키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

👎 반대 👍 찬성 반박

전세 사기와 역전세 문제는 전세 제도 자체의 필연적 결함이 아니라 보증보험 의무화 미비, 등기부등본 공시 불완전, 임대인 신용관리 부실 등 운용 허점에서 비롯됐다. 정부는 이미 2023년 전세사기피해자보호법 시행과 HUG 보증보험 사실상 의무화를 통해 제도를 보완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처럼 보증금 공탁 제도를 강화하거나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을 전면 의무화하면 전세를 유지하면서도 위험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있다. 60여 년간 수천만 명의 주거를 뒷받침해온 제도를 일부 운용 실패 사례를 이유로 폐지하는 것은 과도한 대응이며, 보완을 먼저 시도하고 그 한계가 확인된 후 전환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

👍 찬성 👎 반대 반박

전세를 통한 자산형성 경로가 의미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 구조는 본질적으로 임차인이 목돈 전체를 집주인에게 무담보로 묶어두는 고위험 방식이다. 보증금 손실 시 자산 전부를 잃을 수 있으며, 이는 서민층에게 오히려 치명적이다. 대안으로 저금리 주거목적 금융상품, 청약저축 혜택 확대, 장기 임대차 계약에 대한 세제 혜택을 통해 월세 체계에서도 자산형성 경로를 만들 수 있다. 또한 전세 중심 시장이 집주인의 다주택 레버리지 투자를 용이하게 해 주택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결과적으로 청년·서민의 내 집 마련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전세라는 '사다리'가 실은 집값 상승이라는 '에스컬레이터'를 작동시켜 그 사다리 자체를 더 높이 올려왔다는 역설을 직시해야 한다.

핵심 쟁점

💡

전세 제도의 구조적 위험을 해소하는 더 나은 방법은 제도의 단계적 폐지인가, 아니면 규제 강화와 보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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