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구조법, 한국도 필요할까?
이용자 보호를 넘어 발행·공시·상장·거래소 이해상충까지 법으로 묶을지, 혁신 비용과 감독 실효성을 함께 따져본다.
배경
찬성 vs 반대
👍 찬성: 투자자 보호와 시장 신뢰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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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행 이용자보호법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
2024년 7월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은 고객 예치금과 가상자산 보호, 불공정거래 제재에 초점을 둔 1단계 법이다. 그러나 발행인이 어떤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지, 거래소가 자체 발행 또는 관계사 토큰을 어떻게 취급할지, 상장과 폐지의 기준을 누가 검증할지에 관한 통합 규칙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금융정보분석원이 집계한 국내 사업자 21개가 사실상 거래의 관문 역할을 하는 만큼, 거래소와 발행인 사이의 이해상충을 방치하면 이용자 보호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국제증권감독기구가 2023년 제시한 18개 권고도 공시, 이해상충, 시장감시를 함께 다룬다. 별도의 시장구조법은 이 공백을 보완하는 제도적 기준이 될 수 있다.
출처: 금융위원회 2024; 금융정보분석원 2024; 국제증권감독기구 2023 -
2. 대규모 개인 참여에 맞는 안전망이 필요하다
금융정보분석원 조사에서 2024년 상반기 국내 가상자산 가입자 계정은 약 778만개였고 일평균 거래금액은 약 6조원, 6월 말 시가총액은 55조3000억원이었다. 시가총액의 단순 1%에 해당하는 5530억원만 부실화돼도 개인과 기업에 큰 손실이 될 수 있는 규모다. 테라·루나 사태와 FTX 붕괴는 가격 하락만이 아니라 고객자산 혼용, 유동성 부족, 내부통제 실패가 피해를 키울 수 있음을 보여줬다. 시장구조법이 고객자산 분리, 수탁기관의 독립성, 준비금과 공시, 거래소의 시장감시를 구체화하면 사후 구제에만 의존하는 구조를 줄일 수 있다. 법이 손실을 보장하지는 않더라도, 위험을 사전에 공개하고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는 효과는 분명하다.
출처: 금융정보분석원 2024; 금융위원회 2024; 미국 법무부 2023 -
3. 국제 규제와 호환되는 경쟁 기반을 만들 수 있다
유럽연합은 미카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정을 2024년 6월부터, 대부분의 가상자산사업자 규정을 2024년 12월부터 적용했다. 국제증권감독기구 역시 2023년 거래·수탁·발행·시장감시를 포괄하는 18개 권고를 발표했다. 한국이 국내 규칙을 계속 부분적으로만 마련하면 해외 사업자와 국내 사업자 사이의 규제 차이를 이용한 회피가 생기고, 금융기관은 법적 책임이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관련 서비스를 축소할 수 있다. 반대로 발행인 공시와 사업자 건전성, 이해상충 관리의 기준을 국제 수준에 맞추면 합법적인 사업자와 불법 투기성 사업자를 구분하기 쉬워진다. 명확한 규칙은 규제 부담이기도 하지만 기관투자자와 기술기업이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산업 기반이기도 하다.
출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2024; 국제증권감독기구 2023; 금융위원회 2024
👎 반대: 성급한 포괄 규제가 혁신과 감독을 해칠 수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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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정적인 준수 비용이 시장 진입을 막을 수 있다
국내 공식 신고 사업자가 21개에 불과한 상황에서 자본금, 상시 감시 인력, 외부감사, 기술검증, 공시 의무를 일괄 부과하면 대형 거래소만 감당할 수 있는 시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비수탁 지갑 개발사, 소규모 블록체인 프로젝트, 게임과 결합한 토큰 사업까지 동일한 기준으로 규제하면 실제 이용자 자산을 보관하지 않는 주체도 금융회사에 가까운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유럽연합 미카도 기존 사업자에 최대 18개월의 전환 기간을 허용할 만큼 제도 적응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금융연구원은 가상자산 규제에서 위험에 비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해 왔다. 시장구조법을 서두르기보다 사업 유형별 의무와 단계적 적용을 먼저 설계해야 한다.
출처: 금융정보분석원 2024;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2024; 한국금융연구원 2024 -
2. 기존 법과 감독체계의 중복을 키울 수 있다
한국에는 2021년부터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른 사업자 신고와 자금세탁방지 체계가 있었고, 2024년부터는 이용자 자산과 불공정거래를 다루는 별도 법도 시행되고 있다. 여기에 시장구조법을 추가하면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 한국은행, 공정거래 당국 사이의 권한이 겹치거나 동일 사업자가 여러 기관에 같은 자료를 제출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국내 사업자 21개의 감독 역량과 현장 집행이 먼저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 법의 조항만 늘리면 규정 위반을 적발하는 속도는 개선되지 않을 수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적해 온 것처럼 법률의 숫자보다 감독기관의 전문성, 자료 공유, 제재의 일관성이 중요하다. 기존 이용자보호법을 평가하고 필요한 부분만 개정하는 편이 예측 가능성과 행정 효율성 면에서 낫다는 주장이다.
출처: 특정금융정보법 2021; 금융위원회 2024; 국회입법조사처 2024 -
3. 국내법만으로 국경성과 가격 변동을 해결하기 어렵다
가상자산은 해외 거래소, 탈중앙화 프로토콜, 개인 지갑을 통해 국경을 넘나들기 때문에 한국의 시장구조법이 국내 신고 사업자 밖의 거래를 직접 통제하기는 어렵다. 유럽연합의 미카도 완전히 탈중앙화된 서비스에는 적용 범위가 제한될 수 있다. 또한 비트코인 가격은 2021년 고점에서 2022년 저점까지 약 77% 하락했고, 2022년 테라·루나 붕괴처럼 법적 등록 여부와 무관하게 기술·유동성 위험이 현실화될 수 있다. 시장구조법이 도입되면 국가가 자산의 안전성을 보증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위험도 있다. 국제결제은행은 2023년 가상자산의 구조적 취약성으로 가격 변동성, 레버리지, 유동성 불일치를 꼽았다. 국내법을 확대하기보다 국제 공조와 사기 수사, 투자자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더 직접적인 해법일 수 있다.
출처: 국제결제은행 2023;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2023; CoinMarketCap 2024
교차 반론
반대 측은 국내 사업자가 21개뿐이어서 시장구조법의 고정 비용이 진입을 막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재 시장 규모가 일평균 6조원에 이르는 만큼 비용을 이유로 핵심 위험을 방치할 수는 없다. 찬성 측이 말하는 법은 모든 블록체인 개발자에게 거래소와 같은 의무를 부과하자는 것이 아니라, 고객자산을 보관하거나 일반 투자자에게 토큰을 판매하는 주체에 더 높은 기준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비수탁 서비스에는 신고 예외나 간소화된 의무를 두고, 소규모 사업자에는 유예기간을 주면 혁신과 보호를 함께 설계할 수 있다. 규제 비용은 시장 실패 때 이용자에게 전가되는 비용과 비교해 판단해야 한다.
찬성 측은 국제증권감독기구의 2023년 18개 권고와 유럽연합 미카를 근거로 포괄법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그 권고는 각국의 법체계와 위험도에 맞춘 이행을 전제로 한다. 이미 시행 중인 이용자보호법이 고객자산 보호와 불공정거래를 다루고 있는데, 발행 공시와 상장 기준까지 한 법에 넣는다고 감독이 자동으로 정교해지는 것은 아니다. 국내 가입자 계정 약 778만개와 시가총액 55조3000억원은 규제 필요성의 근거일 수 있지만, 동시에 신속한 집행과 기관 간 자료 공유가 더 시급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복 법률을 먼저 만드는 대신 기존 법의 적발률과 제재 실적을 공개하고 부족한 조항만 개정하는 편이 실효성을 검증하기 쉽다.
반대 측은 비트코인이 약 77% 하락했고 테라·루나처럼 국경을 넘는 위험은 국내법으로 막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가격 변동과 해외 탈중앙화 거래를 법 하나로 없앨 수 없다는 점은 맞지만, 그것이 국내 중개자의 이해상충과 고객자산 혼용을 규율하지 않을 이유는 아니다. 오히려 해외 영역을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내 거래소의 상장 심사, 위험 공시, 준비금, 시장감시를 분명히 해야 이용자가 위험의 위치를 판단할 수 있다. 법은 수익이나 원금을 보장하는 인증서가 아니라 책임 주체와 정보 공개를 정하는 장치다.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는 결론도 국내 기준을 포기하라는 뜻이 아니라, 국내 규칙과 국제 협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핵심 쟁점
투자자 보호와 산업 혁신을 함께 달성하려면 시장구조법의 범위와 시행 속도를 어디까지 정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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